사랑의 끝 - 3부
“네. 결정이 난 건 아니고요.”
“내한테는... 이번 주말에 떠날 거라고 하던데...”
“어머... 그랬어요?”
“참.. 에미야...”
“.....”
“아직... 소식이 없는 거 같은데.... 너무 늦게 생기면 여자 몸에도 안 좋으니...”
“아..알겠어요. 어머님...”
“그래, 너희 둘이 알아서 하겠지 뭐.... 참, 내가 좀 더 일찍 민준이 부탁을 하려다가 갑자기 하게 됐구나. 빠르면 올 연말쯤 정식으로 발령이 난다고 하니 그 때까지만 니가 좀 수고를 해 다오.”
“네. 염려마세요! 도련님 오시면 제가 잘 해 드릴게요.”
남편은 어머니가 부탁을 해 와도 거절을 하면 된다고는 하였지만 시댁의 며느리인 연애의 입장으로서는 단호히 거절을 할 수가 없어 시동생인 민준에게 우선 방을 한 칸 내어주기로 하였는데, 앞으로의 생활에 있어 한층 부담이 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참, 민준이도 밖에서 식사를 많이 할 것 같다고 하니까... 속옷하고 그런 거만 좀 챙겨주면 될 거다.”
“제가 알아서... 여러모로 잘 할게요.”
“그래! 그럼 에미만 믿고 끊는다. 참, 이참에 좋은 아가씨 있으면 중매나 좀 시켜주던지... 정해진 여자가 없는 모양이더라.”
“어머, 그래요? 너무 의외네요... 도련님 정도면 정말...”
“그래, 우리 집안 전체에서 허우대 하나는 민준이 만 한 애가 없는데.... 큰 애는 천재라는 말을 들었고 민준이 걔는.... 하여튼, 걔한테 누가 시집올지 모르지만.... 복 받는 거지 뭐...”
“어머! 그.. 그 게 무슨 말씀이세요? 복을 받다뇨...”
“으응, 그러니까 그 게.... 그런 게 있어...”
“훗, 참... 어머니도....”
“얘는 참이 아니고... 지어낸 말도 아니야. 중학교 때.... 동네 누군가가 목욕탕에서... 그러니까 우리 민준이 고.. 고추를 보고는.... 하여튼 그런 말이 그 때 동네에 퍼진 적이 있어... 에고 나도 미쳤구나! 이런 말을 다하고....”
순간, 연애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과 함께 자신의 보지 깊숙한 곳에서 짜릿한 전율이 이는 느낌에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하... 무슨 그런 말씀을....”
“그래, 미안하구나. 농담을 다하고....”
“그.. 그럼요...”
“이만 끊자! 참, 애비한테는 내가 전화하마. 고맙다! 에미야...”
“네. 어머님! 들어가세요. 건강하시구요...”
시어머니와의 통화를 끝낸 연애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들다 다시 욕실로 들어섰고, 샤워기를 집어 든 채로 안 쪽 벽면, 전신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눈부신 나신을 바라보다 문득, 시동생인 민준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머리를 가로저었고, 온수기를 가동시키고는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영진과 결혼 예물 준비를 하던 무렵, 남편의 동생인 민준에게는 예단으로 양복을 선물하기로 결정을 하였는데 그 때, 남편과 함께 백화점 커피숍에서 시동생을 처음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연애는, 남편이 약간 왜소하게 보이는 인상이라면 시동생인 민준은 외탁을 해서 그런지 생김새도 더 괜찮아 보였고, 체격도 상당히 건장한 편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런 이유로, 형제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영진과는 달리 공부에는 그리 소질이 많질 않아서인지 지방에서 대학을 다녔고, 이번에 인턴사원으로 모 기업에 합격하였다는 말을 얼마 전에 남편으로부터 전해들었던 것이었다.
- 삐리리~ 삐리리~ 삐리리리리~ -
거실에 앉아 벽걸이 티브이를 보면서도 일이 갑자기 심각해져 버린 것을 두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연애가 주방으로 걸어가 냉장고 문을 열어 보고는 간단한 식료품이라도 우선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막 현관을 나설 즈음 거실 탁자 위에 둔 휴대폰이 울렸다.
은희였다.
“어쩐 일이야? 공주님이 전활 다 하고...”
“연애야.... 나, 외로워...”
“기집애도... 니가 외로우면 우리나라에 안 그런 사람 몇 안될 거다. 그래, 오늘 쉬는 날이구나?”
“나야 뭐, 쉬는 날이 어디 정해진 거니.... 나, 진짜 외롭다니까 그러네... 다 치우고 시집이나 가볼까...”
“어이구, 우리 바람둥이 노처녀가... 그래, 남자는 누군 거니? 그 때 그 유부남은 아닐 거고....”
“미쳤니? 내가 그런 사람과..... 민규씨 정도면 몰라도....”
“......”
“훗, 농담이야! 농담... 너 놀리려고... 후훗..”
“그래 근데, 정말 결혼 생각은 있는 거고....”
“그렇다니까 그러네요. 왜? 소개 할 남자라도 있어?”
“훗! 있어도 니가 바람둥이라서 안되겠다. 영계 찾는 너하곤 딱인데...”
연애와 은희는 한 번 전화를 하기 시작하면 어떤 때는 끝이 없었다. 그래서 자주 안한다고 하는 말이 맞을 정도였다. 그 만큼 두 사람은 친밀하기도 했고, 아무런 허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흐미, 그 잘난 총각이 너 네 집에 얹혀산다는 거야?”
“그렇다니까! 당분간... 자리 잡히게 될 때까지만....”
“야, 그러먼 니가 불편해서 어떡하니? 너 네 어머니도 참...”
“그래, 그래서 갑자기 니가 결혼하고 싶다 길래 우리 도련님 생각이 났던 거야. 결혼식에 와서 사진 찍을 때 니가 보고 반했다는 사람이 바로 우리 도련님이잖아.”
“그래 기집애야! 그렇구나. 다음 주말에 정말 오는 거야? 소개시켜주면 내가 몇 턱을 내도 낸다.”
“근데, 이 기집애가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네. 그럼, 나하고 지금 동서하자는 거야?”
“동서... 하면 되지! 형님, 안그러우?”
“몬산다요! 하하..”
“참, 영진씨... 하곤 어때?”
“으응.. 뭐, 그렇지 뭐...”
오늘은 어쩌면, 은희에게 여러 일로 할 말이 더 많은 날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연애는 단짝 은희에게 의외로 말을 아끼고 있었다.
“연애야...”
“왜에?”
“근데 어쩌지, 나 다음 주부터 대구 내려가는데... 그래서 사실 전화 한 거구.”
“대구? 회사 일로.... 아, 승급 때문이구나!”
“그래 그 노무 승진 때문에... 이 노무 회사 더 다녀야 하는지 고민이다.”
“훗! 점장 되기 쉬운 줄 알아? 승진하면 좋지 뭘 그러냐? 승진도 하고 시집도 빨리 가길 바래...”
“그래, 고마워...”
“알았어! 가기 전에 한 번 보자! 내가 연락 할게... 나 지금 시장 보러 가려던 참이야.”
“웅. 그래! 영진씨 하고도 잘 되고.... 굿 이브닝...”
“그래, 은희야...”
유월의 저녁 바람이 불어와 꽉 막힌 가슴을 조금이나마 뚫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연애는 가까운 마트에서 구입한 식료품이 가득 든 비닐 봉투를 양손에 하나씩 든 채로 빌라로 향하는 약간 비탈진 길을 걷고 있었다.
인디고 블루 청바지에 흰색 브라어스를 입은 연애의 뒷모습은 살짝 웨이브 진 긴 머리가 바람결에 흩날려 보기에 좋았고, 크면서도 둥글게 올라붙은 엉덩이는 그녀가 양 손에 물건을 들고 걸어가는 통에 한층 탐스럽게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이야! 끝내주네. 씨발 년... 아고 좆이야.... 저런 년하고 밤마다 빠구리 하는 놈은 누군지 진짜 좋겠다.”
“야! 쪽팔리게 그만 좀 해라....”
“넌 안 꼴리는가 보지? 저런 여자 보고도...”
“왜 안꼴려.... 우리 동네라서 그렇지. 전에 한 번 봤던 여자야! 그 때는 반바지 차림이었는데.... 얼굴도 끝내주고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
“꼴려서? 하하.. 그래, 그림의 떡이지 뭐...”
“그래, 제일 맛있는....”
“오늘 물이나 한 번 빼야겠다. 저 년 보지나 생각하면서...”
- 하아! 남자는 하나 같이 다 똑 같아... 훗, 좆이 꼴린다고? 내 엉덩이 보고... -
- 결혼해서... 좆 맛도 모르고 사는 나를 보고.... 어머, 몰라.... -
빌라 입구에 다 왔을 무렵, 연애를 스쳐 지나가던 사람들 중에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고개를 돌려 연신, 연애의 뒷모습을 훔쳐보며 듣기 민망한 말을 내뱉고 가는 것을 본 연애는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경우가 더러 있어왔던 것인지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만을 짓고는 이내, 빌라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마트에서 돌아온 연애는, 오늘은 어쩌면 영진이 일찍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부터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한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영진으로부터 동료들과 회식자리가 마련되어서 일찍 들어올 수 없다는 연락이 왔고, 해외지사 근무에 대해 물어보는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영진을 보고서는 낮에 시어머니와의 통화에서 들은 것처럼 이번 주말에 북미로 떠난다는 것을 짐작하여 알 수 있었다.
-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
주방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식탁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들던 연애는 문득, 영진과의 결혼생활에 있어 남편과 나눈 섹스가 불과 얼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는 영진과의 섹스를 떠올려 보았다.
사실, 그녀가 알아왔던 남자들에 비해 남편이 성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 그녀였지만, 그 것이 점차 남편과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가로놓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그녀는 처음, 그 것을 인정하려 하질 않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의지만으로는, 남편에 대한 애틋함만으로는 결코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그 것이 자신의 결혼생활을 파탄으로 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지난 설에 친정에서 어머니와의 여러 대화 속에 영진과의 문제를 슬쩍 꺼내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부부관계에 있어 속궁합에 문제가 있으면 가장 큰 불화의 원인이 된다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들은 바가 있었는데 물론, 여자 쪽이 너무 강하면 남자가 위축이 된다는 평범한 논리였지만 연애로서는 그 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몸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를 못하고 있었다.
- 훗, 주홍글씨에 나오는 여자들은... 하나 같이... -
홀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거실 소파에 파묻힌 채로 티브이를 통해 멜로드라마를 보고 있던 연애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나서인지 얼굴을 살짝 붉히는가 싶더니 자신도 모르게 한 손을 치마속으로 집어넣고 있었고, 얼굴을 찌푸리고는 이내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애는 사실, 오래전부터 자위를 알고 있었다. 여고 때 시작한 자위는 대학에 진학하여 그 횟수가 늘어만 갔고, 집에서 나와 원룸 생활을 할 때에는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자위행위를 즐긴 적이 있었다.
특히, 주말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몇 번인지도 모를 정도로 자위에 빠질 때가 있었는데 주위에 남자가 없어 그랬다기보다는 자위 그 자체의 묘미에 빠져든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또한, 결혼을 하고서도 남편을 통해 성적인 욕구를 해결할 길이 없었던 그녀는 간간히 자신도 모르게 자위에 빠져들곤 하였는데, 남자를 알고 있는 한창의 그녀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아흐... 하음... 하아응....”
연애가 손가락을 펴서 보지날개에서부터 클리토리스 쪽을 자극하자 그녀의 구멍에서는 이내 보지 물이 넘쳐흘렀고, 손가락 두 개를 구멍 속으로 밀어 넣은 채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녀의 두 눈이 자연스레 감겨짐과 동시에 고운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 아.. 보지가 왜 이런지 모르겠네. 이러다 원나잇이라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
공항에서 남편을 배웅하며 돌아서던 연애는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흐르는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일 년이라는 기약을 남기며 그렇게 영진은 아내인 연애를 똑바로 마주보지도 못한 채 떠난 것이었다.
영진은 어쩌면 자신이 먼저 이혼을 말하고 싶었지만 사회적 체면을 생각해야 했고, 그런 이유로 시간적 여유를 벌기 위해서라도 해외파견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누가 먼저 이혼 요구를 하든 아무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협의이혼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생각을 두 사람은 지금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 미장원에라도 좀 다녀와야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
연애는 욕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틀 뒤면 시동생인 민준이 올라온다는 생각과 함께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애써 깊이 생각하려고는 하지 않고 있었다.
연애는 그 때까지만 해도 모르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지금 그녀에게는 시동생인 민준이 단순히 시동생만이 아닌, 첫사랑 같은 설레임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지도 몰랐다.